도서관에서 빌린 꼬질꼬질한 책 한 권. 렘군의 < 10년 동안 적금밖에 모르던 39세 김 과장은 어떻게 1년 만에 부동산 천재가 됐을까?> 라는 책과 비슷한 류일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집어 들었다.
그런데 훨씬 더 픽션에 가까운 스토리 위주의 책이다.
또한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법한 대기업 다니는 부장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. 어쩌면 사람들에게 숨기고 싶을 법한 김부장의 생각들을 읽을 수 있다.
김 부장은 모 대기업에 25년째 근무 중이다.
동갑내기 아내와 서울에서 자가로 살고 있으며 아들도 제법 커서 대학생이다. 연봉은 1억 정도 되며 실수령액은 650~700만 원 정도 된다. 가끔 보너스도 나온다. 주식도 1천만 원 정도 투자하고 있다. 10년째 하고 있지만 크게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.
김 부장은 경쟁에 매우 길들여졌다.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고자 열심히 산다. 어릴 때부터 그랬다. 대기업에 와서도 임원이 되기 위해 상무님을 픽업하고 골프를 치러 간다. 아들도 번듯한 대기업에 들어갔으면 좋겠다. 가방과 시계, 넥타이 등 겉으로 보이는 것들도 자신의 아랫사람보단 좋은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. 자존심이 상하지 않기 위해 명품관에 가서 300만원짜리 가방을 일시불로 긁고 멋지게 나온다.
김 부장은 같은 회사 최 부장이 더 좋은 아파트에 사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한다. 상무님은 최 부장과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데 전세라고 한다. 그런데 평소 꾀죄죄하게 다니는 최 부장은 자가라고 한다. 알고 보니 상무님은 재건축될 아파트 보유중이다.
김 부장의 자가는 예전에 아내가 매매를 했던 것이다. 김 부장은 대출이 두려워 매매를 반대했었고, 아내는 김 부장 몰래 매매를 했었다. 그랬던 집이 몇 억이 올랐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부장네 자가가 더 비싸다.
자존심이 상하던 중, 어느 날 김 부장에게 위기가 닥친다. 정리해고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.
또 한 번 자존심이 상한 김 부장은 퇴직금과 대출을 땡겨 신도시 상가를 7억에 산다. 그리고 분양사무실은 종적을 감춘다.
대기업을 나오고 나서 김 부장의 생활은 완전히 바뀐다. 자존심이 중요한 그에게 이제껏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.
-절대 정신과엔 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퇴직과 상가분양사기 콜라보로 온 공황장애로 정신과 약을 먹고, 상담을 받는다.
-평소 몸쓰는 일을 한다고 무시했던 형의 카센터에서 타이어를 갈고 나중엔 카센터 안에 세차장을 열게 된다.
-일을 하고 싶어하던 아내에게 남들이 보기에 위신이 설 만한 일이 아니면 가정 주부로 남길 원했지만, 아내는 이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아르바이트를 하다 부동산을 개업한다.
-아들이 번듯한 대기업에 들어가서 '우리 아들 00대기업 다녀'라고 말하고 다니고 싶었으나, 아들은 소위 장사라고 불렀던 유통업을 하게 되고 사기 당한 상가를 사무실로 내 준다.
한국에는 너무나 많은 김 부장들이 있다. 누가 봐도 번듯해보이는 삶.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하는 많은 김 부장들. 어쩌면 우리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.
인적 자본이 너무나도 중요한 한국사회는 어릴 때부터 경쟁구도를 만들어 그 속에 적응하게끔 해 놓았다.
니들끼리 경쟁해서 올라와. 그럼 보상이 있을거야.
공부에 흥미가 있든 없든, 꿈이 무엇이든간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모두의 기본값이었다. 번듯한 대학에 나와 번듯한 직장을 가지면 성공한 삶이었다.
그러나 김 부장의 아들은 온라인에서 유통업을 하기 시작한다. 김 부장이 '장사'라고 폄하하여 부르던 그 일을 말이다. 이젠 명문대를 나와서 대기업을 다니는 것ㅅ이 성공의 척도가 아닌 것이다. 다양한 루트의 삶이 실현되고 있다.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가 꿈인 초등학생들이 매우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.
그 괴리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옛날의 사고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는 김 부장. 그가 다른 부장들보다 먼저 정리해고 당한 것은 자신의 팀원들을 유연한 사고로 이끌지 못해서가 아닐까. 아들과 부딪힌 것도 시대의 사고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 아닐까. 그래서 항상 눈과 귀를 열고 변화의 흐름을 수용하고 배울 줄 알아야 한다.
책의 마지막에는
아내가 일하는 부동산에 중고 외제차를 타고 다니던 정 대리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.
2권에 계속됩니다.
라고 되어 있다. 이 책은 총 3편까지 구성되어 있다. 중고 외제차를 타던 정대리가 왜 월세 계약을 하기로 한건지 궁금해진다!! 2권도 읽어봐야 겠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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